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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9 일상

가그린민트 2019. 10. 20. 04:29

 

늦어버렸다. 상황을 판단하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밤 몇몇 지인들과 클리셰한 담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무리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1년 전부터 약속한 일정 두개가 틀어졌다. 부랴부랴 버스/KTX/SR 모두 찾아보았지만 매진이다. 몇몇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몇몇 부탁을 하다 통장 잔고가 2만원 남았음을 깨닫는다. 엉망진창이다. 얼마전 비틀기 동작이 무리였던건지 잠을 잘못 잔 탓인지 몇군데 관절과 날갯죽지가 말썽이다.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게 몇달만인가. 틀어진 일정 사이로 일상이 비집고 들어온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사이 기억의 편린이 흩어진다. 

 

"그런 일이 종종 있다. 꿈을 꾸긴 했는데 매번 기억이 안난다. 단지 뭔가 사라져버렸다는 느낌만이 잠에서 깬 뒤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침대에 누워 전투기 소리를 듣다 다림질한 옷들을 다시 정리한다. 클래식 FM을 틀어놓고 샤워를 하다 식사시간이 아닌 때에 죽을 먹는다. 작은집에 들러 낮잠을 자고 보니 경보 알림이 울린다. 과거의 잔흔을 살피다 조커를 보았다. 그렇게 시간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경험들로 하루가 구성된다. 

 

"형상은 끊임없이 아플라로 가려하고, 아플라는 끊임없이 형상을 감싸안으려 한다."
의지와 표상의 경계에서 여전히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생활세계의 식민화를 조건짓는 포섭과 배제의 이중성을 삶으로 체현하곤 했다. 그와의 관계에서 의사소통 구조의 왜곡이 없다한들 이해는 공감에 도달하지 못한다. 여기에 그람시주의를 억지로 끼워맞춰본들 해소되는 것도 없다. 텍스트는 역시 그 외부의 주름이라, 그 자신의 피로 쓴 웃음이 주는 울림이 강한 건 그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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