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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4 일상

가그린민트 2019. 8. 4. 23:18

독서대에 올랐다.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지혜와 지식과 재주를 가지고 애쓰고서는 애쓰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제 몫을 넘겨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 또한 허무요 커다란 불행이다.
그렇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그 모든 노고와 노심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
그의 나날은 근심이요 그의 일은 걱정이며 밤에도 그의 마음은 쉴 줄을 모르니 이 또한 허무이다." 

... 응? 🙄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했는데, 요새들어 바쁘다는 오해를 종종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4주째 저녁에 이런저런 일정들로 꽉 차있기는 하다. 그만큼이나 신경이 분산되고 일상이 증발한다. 얼마전, 포비네 농장에서 옥수수를 주문해 집에 배송하는 과정에선 세번이나 전화를 해야했다. 처음엔 집 동호수가, 그다음엔 이전 아파트 주소를 적어서 없는 주소라고, 마지막엔 1층 비밀번호를 몰라서 전화를 했다. 이럴때면 지금 내가 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들어 면식없는 이들이 나를 안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와 더불어 지인들과의 공간이 냉랭해져 가는 것이, 그들과 공유하는 기억의 얼개가 흐트러짐도 느껴진다. "가세요?" 이건 정말 가냐는 말일까, 잘가라는 인사일까, 아니면 가지 말라는 말일까.. 내게 주어진 시간과 쓸 수 있는 마음이 얇게 펴져 사라져간다. 상황은 다소 변했지만 나는 아직 그날에 머물러 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은 울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는 세상은 울고 당신은 웃을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 White Elk

 

 (최근들어 참 잘먹는다. 오른쪽은 DSTS 행사에서 데놀 까페 메뉴판을 들고..)

 

하루하루 벽에 부딪히면서도 성장하는 기분에 나쁘지는 않다. 지금의 노력에 무엇이 남아야하는지 생각할 여력도 허무를 느낄 겨를도 없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한 박자 멈춰서서 바라보다보면 꽤 균형감을 갖게 된다. 언젠가의 내가 비에 핑계지어버렸듯, 최근 장마로 꼬여버린 리듬을 내일부터는 얼또를 다시 시작하며 마음을 다잡으려 한다. 

 

 (어쩌다보니 책상에 쌓인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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